《세계 최대 수퍼 파워 등극 시간 문제》
| 미래의 수퍼 파워 중국의 앞길을 밝혀주는 듯한 상하이의 야경. 패권을 추구하지 않아야 미래가 현실로 나타날 것 같다 |
| | 지난 1998년 6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중국의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겸 총서기와의 정상회담을 위해 재임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중국 방문길에 올랐다. 바로 전해에 있은 장국가주석겸 총서기의 방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진 총 9일간의 그의 방중 첫걸음은 그런데 엉뚱하게도 수도 베이징(北京)이 아닌 싼시(陝西)성의 시안(西安)에 내디뎌졌다. 양측 외교 당국의 사전조율에 따른 결정이기는 했으나 아무튼 파격적인 첫 기착지였던 것만큼은 분명했다. 당연히 양국 정상회담을 취재할 예정이었던 당시 각국의 베이징(北京) 주재 언론사 일부 특파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분석이 잇따랐다. 난상토론 끝에 가장 그럴싸한 하나의 결론도 바로 내려졌다. 중국이 감히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하지 못할 천년 문화 고도 시안을 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결코 무시해서는 안되는 대국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주로 한국과 일본 특파원들이 쏟아놓은 주장들을 종합한 끝에 내린 분석으로 실제 당시 외신들은 이에 근거해 많은 보도를 쏟아낸 바 있다.
이 분석이 나름대로 그럴듯한 것이라는 사실은 중국에서 시안이 차지하는 위상이 확실하게 보여준다. 지금 시안은 1인당 GDP가 상하이(上海)등 동부 연안 지역 도시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시안이 중국을 잘 모르는 일부 외국인들에게 외견적으로는 대륙 서부의 보잘것 없는 궁벽한 도시로 잘못 비쳐지는 것은 바로 이 현실에 기인한다. 그러나 과거의 모습을 그려보면 이런 생각은 다소 성급하다고 단언해도 좋다. 장안(長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춘추전국시대에서 시작해 당송(唐宋)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고대사의 중심에 항상 위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진(秦)나라와 당(唐)나라 때에는 수도로 확고한 지위를 누리기도 했다. 역사학자 거쓰쉬(葛思緖)씨가 "2백년의 역사를 보려면 상하이를 가고 5백년의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을 가야 하나 1000년의 역사를 보기 위해서는 시안을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시안의 찬란한 과거 역사는 이 말이 진짜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국의 '장안의 화제'라는 말도 기원은 시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에 비춰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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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의 중화스지탄은 공공연히 미래 중국의 부상을 기원하면서 중국 정부가 건축한 조형물이다. 크기 역시 엄청나다 |
| | 중국이 클린턴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보여준 당시의 각종 행사들도 분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웅변해줄 것 같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에게 베풀어준 당나라 시대 황제의 입성식이 아닌가 보인다. 유명 연예인을 비롯한 미모의 여성을 무려 800여명이나 동원한 과거 전례가 없는 행사였다는 점에서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 시안에 수도를 둔 당나라가 얼마나 대단한 나라였는가를 은연중에 과시하려 한 중국의 의도가 물씬 읽힌다.
그러면 당시 중국은 왜 자국이 그 누구도 무시못할 대단한 국가라는 사실을 세계 최고 수퍼 파워인 미국의 대통령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애써 보여주려 했던 것일까? 답은 아주 분명할 것 같다. 세계 최고의 수퍼 파워가 되려는 의지가 내면에서 강하게 작용, 클린턴을 베이징이 아닌 시안으로 불러들였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지 않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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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문화 최전성기 시대의 청 강희제 초상. 수퍼 파워에 대한 열망은 그에 대한 일반 민간의 추모에서도 잘 엿보인다 |
| | 8년이 지난 현재 돌이켜봐도 이 결론은 틀린 것이 아닌 듯 하다. 지금은 더욱 공공연하게 수퍼 파워를 지향하는 중국의 의지가 사회 전반에서 너무나 분명하게 읽힌다는 얘기이다.
사례를 들어봐야 역시 알기 쉽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탕좡(唐裝)과 칭좡(淸裝)이 우선 꼽혀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왠 뜬금없는 소리이냐고 할지 모르나 설명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탕좡과 칭좡은 이름에서 보듯 당나라와 청나라의 전통 복식이다. 한국의 한복만큼이나 입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은 지난 세기말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무슨 중요 행사가 열렸다 하면 탕좡과 칭좡을 유난히 즐겨 입는다. 송이나 명(明)나라의 복장인 쑹좡과 밍좡의 존재가 민망하도록 말이다. 이유는 굳이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바로 당나라와 청나라가 중국을 대표하는 초 수퍼 파워 왕조였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즉 수퍼 파워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이들 왕조에 대한 향수로 은연중에 나타내려 한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진짜 그런지는 마샹우(馬相武) 런민(人民)대학 중문과 교수의 말이 아마 분명하게 증명할 것 같다. "중국 역사에서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왕조는 아마 당나라와 청나라가 아닐까 여겨진다. 우선 당나라를 보면 당시 경제력이 전 세계 GDP의 약 30% 전후에 이를 정도로 막강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안의 인구도 파리의 10배 이상인 50만명이었다. 중국인들로서는 지금도 긍지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민족이 세운 청나라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예컨대 강희(康熙)제 시대는 중국 문화사에서 가장 황금기로 알려져 있다. 영토 역시 그때가 중국 역사상 가장 컸었다. 커진 국력에 걸맞게 수퍼 파워를 은연중에 바랄지도 모르는 중국이나 중국인들의 이들 왕조에 대한 향수가 송나라나 명나라에 대해서보다 큰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 최근의 신드롬을 명쾌하게 설명했다.
최근 중국이 잇따라 완성했거나 건설하고 있는 대형 건축물들 역시 거론해야 할 듯 하다.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명물 건축물을 보유하겠다는 의지에서 수퍼 파워를 지향하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건축물이 새 밀레니엄 시대의 중국 미래를 기원하면서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한 베이징의 중화스지탄(中華世紀壇)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름이나 규모에서 미국에 필적할 국가로 발돋움할 중국의 앞날을 기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엿보인다. 내년 7월경 완성될 베이징의 국가대극원 역시 뻬놓으면 섭섭하다. 중앙 정부의 공사비 예산만 무려 30여억위안(元.3600억원)이 투입된 대 역사로 알려지고 있다. 14만9250평방미터의 연면적 극장 규모로 볼때 완공될 경우 세계적 명물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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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탕좡 입기 열풍에도 수퍼 파워에 대한 열망은 드러난다. 탕좡을 입은 중국 항공사 여 승무원들 |
| | 물론 중국은 지금 상태에서도 세계적 수퍼 파워로 평가받을 수 있다.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 이사국의 위상이나 1조달러를 돌파한 외환보유고등을 보면 정치, 경제적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진짜 크게 손색이 없다. 비록 중국의 당정 지도자들이 "중국이 세계적 경제 대국이라는 평가는 맞다. 그러나 미국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경제 강국은 아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야 한다"면서 진정한 수퍼 파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언제쯤 명실상부한 수퍼 파워로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전망들이 있다. 이중에서도 단연 주목되는 분석은 미 교육부가 지난 세기 말 작성한 미국의 미래 모습과 관련한 보고서가 아닌가 보인다. 각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거,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퍼 파워로 마지막까지 군림이 가능한 기간은 아무리 길어야 1세대 내일 것으로 전망됐다. 즉 2020년 이후에는 미국이 초 강대국의 지위를 잃으면서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일 듯 하다.
미국의 엄살기가 다분하기는 하나 만약 이 전망이 정말로 현실화할 경우 미국을 대신할 수퍼 파워는 당연히 중국이 될 수 밖에 없다. 보고서 역시 중국이라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지금 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는 그렇게 판단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존 나이스비트같은 미래학자들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메가트렌드 아시아라는 역저에서 21세기는 미국을 대신할 중국의 세기가 된다고 분명히 예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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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수퍼 파워에 대한 열망은 대단하다. 지난 1998년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의 방중을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시안)에서 시작하게 한 것도 그 열망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지금도 일부 남아 있는 당나라 최전성기 당시 중심가의 전경 |
| | 중국이 진짜 나이스비트같은 학자들의 전망대로 2020년 이후 정치, 경제적으로 미국을 대체할 명실상부한 세계적 수퍼 파워로 자리잡을지는 솔직히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을 따라잡은 것으로 평가되는 일부 분야의 실력이나 경제 팽창 속도로 볼때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고 할 수도 없다. 더구나 미국이 보여준 경찰국가적 패권 행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부상이 반드시 세계 질서에 나쁜 것만은 아닐 것으로도 보인다. 이 경우 세계는 의구심을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홍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