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상하이탄 <96회>:두사람의 휴대폰에 문자메세지로...》
"부르셨습니까, 처장님!" 여자는 도국을 처장으로 호칭했다. 보밀국에서는 사장보다 두단계 아래의 계급이었다. 아마도 1사 산하 총 7개 처중 한곳의 처장인 듯 했다. 그는 말없이 여자에게 A4 용지를 내밀었다. "두사람만 찾으면 되나요?" 여자는 눈치가 빨랐다. 도국의 의중을 어렵지 않게 간파하고 있었다. 그녀는 확답을 듣겠다는 표정으로 도국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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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용호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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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들이야 우리가 모르는 일을 알 까닭이 없을 테니 그래야 하지 않을까? 왜 우리가 두 사람을 간과했는지 모르겠네. 현직 경찰과 문관이니 틀림 없이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은데…안 그래?" "그럴 가능성이 꽤 높겠네요. 그러면 어떻게 데려오죠. 우리쪽 신분을 밝혀야 하나요?" "글쎄, 적당히 둘러대라구. 국가안전부라 해도 좋고 공안부라 해도 나쁠 것은 없고. 그 사람과 친하게 지냈다고 하니 우리가 불러도 크게 반감을 가지지 않을거야" "알겠습니다. 오늘중으로 소재를 파악, 불러오도록 하죠"
여자는 간단한 실무적 대화가 끝나자 바로 밖으로 나갔다. 도국은 1사 사장인 사나이가 왜 갑자기 엉뚱한 사람을 찾으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정보 요원답게 별로 알고자 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더 나았다.
진징두와 석방장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를 쳐다봤다. 둘 모두 얼굴에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하는 묘한 표정이 확연하게 어려 있었다. 둘이 한참이나 상대방을 바라만 볼뿐 입을 열지 못한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석방장이었다. 뭔가 황당하지 않느냐는 물음이 얼굴에서 확연히 읽혀지고 있었다. 며칠동안을 찾아 헤맬때는 오리무중이던 재서가 먼 곳도 아닌 하이디엔구 공안분국 관내의 둥성(東升)파출소에 신병이 확보돼 있다는 소식이 약속 장소인 야위춘의 찻집 비루쉬안에 두사람이 자리를 잡자마자 날아들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것도 두사람의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로 동시에 재서의 근황을 알린 주인공은 스스로를 둥성파출소에 근무한다고 밝힌 여경찰이었다. 발상의 전환에 관한 한 무학의 학력이 무색한 석방장조차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임이 확실했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진징두는 한참이나 뭔가를 골똘히 생각한 끝에 조용히 내심의 희망 사항을 읇조렸다. 그 역시 재서와는 별로 연결되지 않을 성 싶은 여경찰이 엉뚱하게 그의 소재와 처한 상황을 알려온 것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는 그러나 신원을 확실히 밝힌 여경찰이 장난을 쳤다거나 다른 누가 자신들을 골리기 위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자신보다는 머리가 훨씬 더 잘 돌아가는 석방장의 얼굴에 눈을 고정시켰다. 석방장은 휴대전화에 떠 있는 문자 메시지에 한참이나 눈길을 두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가 싶더니 말문을 열었다. 처음 메시지를 봤을때 가진 의문이 서서히 풀려나간다는 후련함이 얼굴에 떠오르고 있었다.
"이 친구 하여간 엉뚱한 것은 알아줘야 돼요. 경찰에 체포돼 있는 와중에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네요. 인물은 인물이예요" 불행히도 석방장의 상황 분석은 진징두의 의문을 단번에 만족시키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예의 선문답같은 내용의 말이 나오고 있었다. "이 사람 참, 그게 무슨 소리야? 알기 쉽게 얘기해봐"
진징두가 다그쳤다. 얼굴에는 여전히 의문을 풀고 싶어하는 강한 의욕이 읽히고 있었다. 그는 그러나 석방장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서 뭔가 긍정적 조짐을 읽고는 있었다. 재서가 위기에서 탈출할지도 모른다는 낙관적 생각이 퍼뜩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홍순도) |